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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빈오승경 | 작성일 | 26-10-05 01: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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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 이후 M, Z, 알파세대가 등장했다. X세대였던 내가 즐겼던 것들이 젠지에 의해 다시금 향유되는 작금의 문화를 마주하고 있다. 내게는 올드한 것이지만 그들에겐 새롭다. 다만 그 모습이나 방식에 있어, 과거와는 조금씩 다름도 느낀다. 현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조건 ‘취향’이다. 트렌드의 방향성은 그 취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출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MZ들은 스스로의 취향을 알고, 이를 입고, 듣고, 심지어 들고 다닌다. 내 눈에는 분명 그렇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드러내는 취향이 어디서 많이 본, 그러니까 수십 년 전에 나의 청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핏 체크’, 라이브 공연장을 비롯한 ‘뮤직 페스티벌’, ‘애니메이션’ 및 ‘캐릭터 굿즈’ 등이다.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몰에 상륙한 인기캐릭터 ‘익꾹쨍(익명이·깨꾹이·올쨍이)’ 팝업스토어에선 키링, 텀블러, 모자 등 약 150종의 굿즈가 선을 보였다(신세계백화. 제공).
한편으론 이 모든 것이 패션, 음악, 서브컬쳐라는 다른 영역의 유행처럼 보일 수 있다. 이 중심에는 공통된 정서의 교집합이 존재한다. 그게 바로 ‘취향’이다. 과거에는 취향이라는 용어 자체가 지극히 개인적 선호를 지칭하는 것이었다면, 현재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외부에 표출되고, 그래서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며, 심지어 물성을 가진 제품이 되어 삶 속으로 유입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탓에 현대의 청년문화를 살펴보기 위해서, ‘취향의 변화’를 3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을 듯 하다. 첫째가 ①취향의 외부 표출, 둘째가 나와 우리라는 공동체로서의 ②취향 공유, 셋째가 내 취향이 물질화되어 제품으로 ③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체는 아니겠으나 이 구도가 청년 문화의 큰 흐름을 만들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뭘 샀느냐보다 어디서 발견했고, 어떻게 조합했는가
요즘의 청년문화 가운데 흥미로운 첫 번째는 바로 ‘핏 체크(fit check)’라 불리는 행위다. 외출 전 오늘의 옷차림을 확인하는 것으로, 취향의 외적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SNS에서 특정 패션 브랜드를 검색해보면, 옷, 슈즈, 액세서리가 자신의 피부색이나 체형에 어떻게 어울리는지 릴스 및 쇼츠 콘텐츠들이 쏟아진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OOTD(Outfit Of The Day)’라는 용어로 데일리 룩 등의 완성 스타일을 보여주는 유행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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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일단 사진이 영상으로 대체됐다. 영상 속에서 오늘 입은 재킷, 바지, 신발을 하나씩 보여주며 브랜드와 출처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OOTD 시절에는 명품을 위시한 좋은 브랜드를 기재하며 자랑했지만 핏 체크 콘텐츠에서는 비싼 브랜드만으론 충분치 않다.
럭셔리 브랜드에 SPA 브랜드를 어떻게 조합하는지, 또는 신상과 빈티지 사이를 어떻게 자유롭게 오가는지를 영상에서 확인한다. 무엇을 샀는가의 문제보다는 어디에서 무엇을 발견했고, 그것을 어떻게 조합했는지가 더 중요해진 셈이다. OOTD 당시에는 각자의 구매력을 뽐냈던 것이라면, 핏 체크는 이제 취향이 담긴 스타일을 만드는 시대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신제품보다 더 비싼 빈티지 제품, 그리고 빈티지에 대한 새로운 세대의 애정이 생겨났음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드(Old)’와 ‘뉴(New)’ 대신 ‘좋다(Like)’와 ‘싫다(Don’t like)’
‘동묘’가 새로운 쇼핑 성지로 떠오른 것, 굉장히 정제된 빈티지 편집숍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것 역시 ‘핏 체크’ 유행에서 발화된 것이라 읽을 수 있다. 자신의 유튜브에서 뉴욕 편집숍을 찾은 뮤지션 정재형은 그곳에서 3,000달러짜리 빈티지 데님 재킷을 두고 고민하다 너무 비싸다며 내려놓는다. 신제품보다 훨씬 비싼 빈티지들. 이건 이상한 게 아니라 원본만의 희소성을 찾는 취향의 결과값이다.
취향의 변화 중 두 번째는 (오프라인으로 표현할 수 있는) 공간 위에 자신의 취향을 발산하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오프라인은 무용한 어떤 공간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가상의 세계를 탐닉하며 모든 쾌락을 다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오인되었다는 이야기다. 특히 음악이 그랬다.
우리는 역사상 음악을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모바일 속에서 클릭 한 번이면 세상의 모든 음악 대부분에 접근이 가능해졌다. 음악 관련 영상도 없는 게 없다. 이런 스트리밍의 시대에 청춘들이 다시금 라이브 클럽과 뮤직 페스티벌로 발걸음을 옮긴다. 1990년대 중반 한국 인디 록의 태동이 있었던 시대부터 지금까지 라이브 클럽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펜타포트,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등도 20여 년 이상 자신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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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의 정。에 개최되었던 ‘펜타포트록페스티벌’에는 과거 명성을 떨쳤던 밴드 매시브 어택과 픽시스가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섰다. 설마 청춘들이 이 밴드를 알까 싶었는데, 난리가 났다. 심지어 메탈리카도 아닌 그들의 스핀오프 격 밴드였던 메가데스가 올 가을 부산국제록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발표되자, 페스티벌 티켓이 동이 났다. 이게 청춘들의 현재다.
이 같은 현상을 단순한 레트로 추구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스트리밍 세대에게 음악은 이제 더 이상 역사적 순서대로 도착하는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플뮤직, 멜론, 스포티파이, 유튜브 등에서는 대중음악의 출발인 1950년대경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음악이 수평적으로, 동일 화면에 존재한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픽시스가 1990년대 밴드가 아닌 여전히 활동하고 있고, 좋은 음악을 들려주니 자신들의 동시대 밴드가 된다. 메가데스도 마찬가지다. 우리 세대는 음악을 ‘올드(Old)’와 ‘뉴(New)’로 구분해왔지만 새로운 세대에게 이 같은 이분법적 구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 보인다. 단지 그들에게는 SNS 속 ‘좋다(Like)’와 ‘싫다(Don’t like)’의 구분만이 존재한다.
펜타포트 2025 공연 사진
그들은 헤드폰을 끼고 스트리밍을 통해 홀로 음악을 듣지만, 동시에 그 누구보다 그 (취향의) 음악을 함께 공유하기를 원했던 것 같다. 그 결과가 바로 뮤직 페스티벌의 흥행 성공이다.
음악뿐 아니라 그곳에 갈 때 무엇을 입을지, 실제로 가서 어떤 걸 먹고 마실지 등이 일종의 체크리스트가 된다. 그래서 이들이 페스티벌 티켓을 구매한다는 건 티켓 한 장에 그날 하루 동안 살아볼, 공통된 취향이 넘실거리는 하루를 구매하는 것이 된다.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현실에서 적극적으로 구현하다
젤리캣(Jellycat) 체험형 팝업스토어(사진 젤리캣 제공)
청년 취향의 변화 중 세 번째로 주목할 요소는 바로 취향이 손에 쥘 수 있는 ‘물질화’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사무실 근처에 신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종종 산책 삼아, 또 시장 조사 차 들르곤 한다. 그곳 3층은 리뉴얼되어 일종의 팝업 존으로 활용되는데, 문학과지성사 같은 출판사부터, 애니메이션, 캐릭터, 해리포터 등의 콘텐츠 팝업 스토어가 수시로 열리고, 성황을 이룬다.
어떤 이는 자신이 원하는 굿즈를 구하기 위해 ‘OOO 구합니다’라 적어든 종이 팻말을 들고 있는 광경도 목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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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이런 캐릭터를 좋아하고, 피규어를 수집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취미였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에 거리낌이 없어졌다.
해탈컴퍼니의 번뇌 삭제 키캡 키링(출처 매경DB)
취향의 물질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키링의 유행이 아닐까 한다. 이제는 가방 자체보다, 그 가방에 어떤 키링이 달려있는지를 확인함으로써 상대의 취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쉬워졌다.
핸드백에 그 사이즈보다 더 큰 키링이 달려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굿즈라 불리는 아이템들은 없어도 살아가는 데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굿즈를 통해 화면이나 지면 속 캐릭터, 유행하는 밈이 손에 잡히는 물건으로 전환되었다. 좋아한다는 감정이 굿즈로 물질화된 셈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출시한 방탄소년단 2026 BTS 달마중 [DALMAJUNG] Merch._액막이 마그넷
이런 요소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최근 MZ들의 취향 표현은 이전 세대가 예전에 해오던 것들의 어떤 되풀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 .이 있다. 과거 세대들의 취향은 굉장히 은밀한 놀이였다. 그러니까 지금 유행하는 것들은 그 시대의 문화에서 마이너리티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지금은 더 대중화되었다. 흥미롭게도 이 모든 행동의 주체는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난 새로운 세대들이다.
그들은 손에 쥔 모바일로 모든 것을 소비할 수 있는 최첨단 세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굳이 빈티지 숍을 찾아간다. 또 곰팡 내 나는 지하 공연장에서 밴드의 공연을 보기도 하고, 대형 페스티벌 티켓을 구매해서 자신만의 하루를 살아낸다. 동시에 좋아하는 것의 팝업이 있다면 몇 시간이고 줄을 서기도 하고, 열심히 입장 예약을 신청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적극적으로 소비를 한다.
자신이 오늘 입은 착장의 핏 체크를 영상으로 촬영하는 행위. 메가데스 공연을 위해 셋 리스트를 미리 예습하고, 그 무대를 손꼽아 기다리는 마음. 좋아하는 인형 또는 캐릭터 키링을 가방에 주렁주렁 달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 각각의 다른 행동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현실에서 적극적으로 구현했다는 .은 동일하다.
즉, 취향을 표출하고, 공동화하고, 물질화하는 영역의 교집합에서 발생하는 모습인 것이다. 현재에 있어 취향은 이제 무엇을 좋아하는가의 영역을 넘어섰다. 그래서 어떻게 삶을 살아가느냐를 보여주는 굉장히 일상적인 방식으로 작동한다. 청년들의 취향은 이렇게 변화하고 있다.
[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일러스트·사진 매경DB, 픽사베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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