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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빈오승경 | 작성일 | 26-10-04 15: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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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기 메타브랜딩 대표. (메타브랜딩)
“이제 10조원, 100억달러 스케일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입니다. 기업의 규모는 앞으로 훨씬 빠르게 양극화될 겁니다.”
박 대표의 이름은 낯설어도 그가 지은 이름은 귀에 익다. 이니스프리, LG 스타일러, 렉스턴, 에잇세컨즈, 시그니엘, 배홍동이 모두 메타브랜딩 작품이다. 박 대표는 1994년 대학 3학년 때 브랜딩 회사를 창업했다. 이후 1999년 법인명을 메타브랜딩으로 변경해 브랜드전략 컨설팅, CI 및 BX 디자인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최근 비즈니스 아이덴티티 컨설팅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국가브랜드위원회 대통령 위촉위원과 서울브랜드 총괄 디렉터도 지냈다. 평생 브랜드 일을 하던 사람이 왜 기업의 ‘체급’을 이야기할까.
1조면 성공이던 시절은 끝났다
박 대표는 인공지능(AI)이 이 반경을 지구 전체로 넓혔다고 본다. 소비자는 AI 번역으로 해외 쇼핑몰을 동네 가게 드나들 듯 다니고, AI 비서에게 물어 전 세계 제품을 한 화면에서 비교한다. 언어, 정보, 유통이라는 세 겹의 담장이 한꺼번에 낮아지자 국내 1등이 세계 무대에서는 중간 어딘가에 서게 됐다. 복싱으로 치면 동네 체육관 챔피언이 하루아침에 세계 타이틀전 링에 오른 상황이다. 박 대표가 100억달러, 즉 10조원을 새 기준선으로 꺼낸 이유다.
박 대표는 “매출 10조원에 못 미치는 기업이 모두 문을 닫는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처음부터 세계 시장 크기로 체급을 재고 덩치를 키우든지, 아니면 누구도 넘보지 못할 확실한 틈새를 쥐든지 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이 양 끝으로 벌어지는 속도도 빨라졌다. 대형마트 와인 코너를 떠올리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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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짜리 특별한 와인과 1만원대 가성비 와인은 잘 팔리는데, 3만~5만원대 애매한 와인은 진열대에서 먼지를 뒤집어쓴다. 박 대표는 에르메스·포르쉐 같은 초고가 시장과 테무·다이소 같은 초저가 시장 사이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본다. 소비자가 AI에 “제일 나은 걸 골라달라”고 맡기면, AI는 가장 싼 쪽을 고르거나 데이터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야기를 가진 쪽을 고른다. 위로도 아래로도 내세울 이야기가 없는 기업이 가장 먼저 밀려난다는 게 박 대표의 진단이다.
물론 매출 10조원에 못 미치는 기업이 모두 문을 닫는다는 뜻은 아니다. 박 대표의 주문은 두 갈래다. 처음부터 세계 시장 크기로 체급을 재고 덩치를 키우든지, 아니면 누구도 넘보지 못할 확실한 틈새를 쥐든지 하라는 것이다.
경쟁자는 옆 업종에서 나타난다
디지털카메라 회사를 무너뜨린 쪽은 경쟁 카메라 회사가 아니라 스마트폰 회사였다. 박 대표는 AI가 이런 업종 파괴 속도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끌어올렸다고 본다. 어제까지 이름도 몰랐던 다른 업종 회사가 어느 날 아침 우리 고객을 데려가는 일이 흔해진다는 얘기다.
그래서 박 대표는 경영자가 가장 먼저 붙잡을 질문으로 ‘업(業)의 정의’를 든다. 사람들은 드릴을 사는 게 아니라 벽에 뚫릴 구멍을 산다는 말이 있다. 스스로를 ‘드릴 만드는 회사’로 정의한 회사는 접착식 선반이 나오면 손을 쓸 수 없다. 애플은 컴퓨터 제조사에서 ‘인간의 창의성을 확장하는 기술 기업’으로, 볼보는 자동차 제조사에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이동성’을 파는 회사로 스스로를 다시 정의했다. 박 대표는 업의 정의를 그대로 둔 채 AI만 들여오는 것은 낡은 지도를 들고 새 대륙을 항해하는 것과 같다고 진단한다.
장 보러 온 심부름꾼까지 설득해야 한다
물건을 고르는 주체도 바뀌고 있다. 이제는 “10대 딸 생일 선물 골라줘”라는 한 문장에 AI 에이전트가 특정 브랜드 제품을 꺼내 보여주고 그 자리에서 결제까지 마친다. 메타브랜딩에 따르면 글로시에, 스킴스 같은 해외 브랜드는 이미 상품 데이터를 AI가 읽기 좋게 정리해 생성형 AI의 결제 기능에 직접 연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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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브랜딩이 가게에 들어온 손님을 설득하는 일이었다면, 지금은 손님 대신 장을 보러 온 심부름꾼까지 설득해야 한다. 심부름꾼은 광고 문구에 감동하지 않고 메모와 진열대 정보를 맞춰볼 뿐이다. 메모에 우리 브랜드 이름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제품도 장바구니에 담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박 대표의 처방이 기술 쪽으로만 기우는 것은 아니다. 그는 AI가 매끈한 콘텐츠를 무한정 찍어낼수록 사람 냄새가 차별.이 된다고 본다. 메타브랜딩이 정리한 ‘브랜드 생존 10계명’에 팬덤과 진정성, CEO의 역할이 나란히 들어간 이유다. 업을 다시 정의하는 일도, 초고가와 초저가 사이에서 갈 길을 고르는 일도 디자인 부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름을 짓는 일로 출발한 박 대표에게 브랜딩은 이제 회사가 어느 링에서 누구와 싸울지를 정하는 경영의 문제다.
메타브랜딩이 정리한 AI 시대 브랜드 생존 10계명 1. 업(業)의 정의와 목적을 다시 세워라 무엇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왜 존재하는 회사인지부터 물어야 한다. 애플은 컴퓨터 제조사에서 ‘인간의 창의성을 확장하는 기술 기업’으로, 볼보는 자동차 회사에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이동성’을 파는 회사로 스스로를 다시 정의했다. 2. 맥락 관。에서 CEP(카테고리 진입 시.)를 정의하라 CEP는 소비자가 ‘그거 사야겠다’고 처음 떠올리는 순간을 말한다. 같은 사람도 출근길에 마시는 커피와 오후 회의 전에 마시는 커피를 고르는 기준이 다르다. 한 사람이 상황마다 열 가지 얼굴을 가진 시대니, 나이·성별로 고객을 나누기보다 어떤 상황에서 우리 브랜드가 떠오를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3. AI가 읽을 수 있는 ‘브랜드 OS’를 갖춰라 이제는 고객 대신 AI 에이전트가 검색하고 비교하고 결제한다. 광고 문구에 끌리는 사람과 달리 AI는 정리된 데이터를 읽고 판단한다. 브랜드 철학과 상품 정보를 AI가 읽기 좋은 형태로 정리해두지 않으면 AI의 추천 목록에 이름조차 오르지 못한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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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안팎 고객의 진짜 민심을 읽어라 설문조사 숫자는 ‘무엇을’은 알려줘도 ‘왜’는 잘 알려주지 않는다. 후기, 댓글, 상담 기록, 사내 게시판처럼 흩어진 데이터를 AI로 읽으면 소비자와 직원이 실제로 무엇에 불만을 갖고 무엇에 끌리는지 보인다. 숫자 너머 데이터 속에 있는 사람을 보라는 주문이다. 5. 커뮤니티를 다지고 팬덤 브랜딩에 나서라 AI 시대에는 그럴듯한 콘텐츠를 누구나 몇 분 만에 만든다. 경쟁사가 우리 광고를 흉내 내는 데는 하루면 충분하지만, 고객과 함께 쌓은 관계까지 따라 하기는 어렵다. 콘텐츠는 복제돼도 관계는 복제되지 않는다. 6. 미흡함의 미학(Flawsome)을 살려라 Flawsome은 흠(flaw)과 멋짐(awesome)을 합친 말이다. AI가 흠 없는 이미지와 문장을 쏟아낼수록 소비자는 지나치게 매끈한 것을 의심한다. 실수를 감추기보다 솔직하게 인정하고 고쳐가는 브랜드가 더 큰 신뢰를 얻는다. 7. 참여형 브랜딩으로 안팎의 힘을 모아라 브랜드를 회사가 만들어 일방적으로 알리는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가 제품 이름이나 디자인을 함께 고르고, 임직원이 브랜드 이야기를 직접 전하게 하면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커진다. 고객과 직원을 구경꾼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사람으로 세워야 한다. 8. 핵심 인재를 끌어당기는 HR 브랜딩(EVP)에 힘써라 EVP는 회사가 직원에게 약속하는 가치를 뜻한다. 연봉은 더 큰 회사가 언제든 더 얹어줄 수 있지만 ‘이 회사에서 일하는 이유’는 쉽게 빼앗기지 않는다. AI가 평범한 업무를 대신할수록 회사의 승부는 소수의 A급 인재에게 달리고, 그들을 붙잡는 힘은 돈보다 존재 이유에서 나온다. 9. 초양극화에 맞춘 듀얼 브랜드 전략을 짜라 시장은 에르메스·포르쉐 같은 초고가와 테무·다이소 같은 초저가로 갈라지고 있다. 어중간한 가격과 어중간한 이야기를 가진 중간은 AI가 골라주는 시장에서 가장 먼저 밀려난다. 한 회사가 양쪽을 다 잡으려면 초고가 브랜드와 초저가 브랜드를 따로 세워 각자의 손님을 겨냥해야 한다. 10. CEO가 브랜딩의 맨 앞에 서라 업을 다시 정의하고 어느 시장에서 싸울지 정하는 일은 디자인 부서가 결정할 수 없다. 소비자는 .。 제품보다 그 뒤에 있는 사람과 철학을 보고 브랜드를 고른다. 리더의 생각과 말이 곧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얼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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