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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가현석 | 작성일 | 26-10-04 13: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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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잉글랜드의 외딴섬 ‘위도우스 베이’의 시장 톰 로프티스(매슈 리스)는 침체된 마을을 관광 명소로 부흥시키려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톰을 불신하며 좀처럼 협조하지 않는다. 지진과 함께 짙은 안개가 마을을 집어삼키는 등 불길한 징조도 이어진다. 설상가상으로 뉴욕타임스 여행 기자를 초청한 날 바다에 나갔던 선원이 실종되자 마을 원로인 위크(스티븐 루트)는 당장 섬을 폐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그것’이 다시 시작됐어. 이젠 사람들이 죽어 나갈 거야.”
애플TV 시리즈 ‘위도우스 베이의 저주’는 열성적인 시장의 관광지 개발과 함께 미신으로 치부됐던 섬의 저주와 이상 현상이 재개되는 이야기를 그린 호러 코미디 스릴러다. 총 10부작으로 4월부터 두 달에 걸쳐 전편이 공개됐는데, 최근 또 한 번 큰 주목을 받았다. 제78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코미디 시리즈상을 포함해 각본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무려 14개 부문을 휩쓸며 한 시즌에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코미디 시리즈가 됐기 때문이다. 앞서 6월 뉴욕타임스도 ‘올해 최고의 드라마’ 중 한 편으로 이 작품을 꼽았다.
"무서운 건 무섭게, 유머는 캐릭터에서"
애플TV '위도우스 베이의 저주'에서 뉴잉글랜드의 작은 섬마을 시장 톰(매슈 리스)이 캄캄한 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애플TV 제공
공포와 웃음의 절묘한 조화가 이 시리즈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든다. 오컬트와 로맨스, 메디컬과 누아르 등 서로 다른 장르를 결합하는 시도는 흔해졌지만, 이만큼 이질감 없이 해낸 건 기적에 가깝다는 게 시청자와 평론가의 공통된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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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적인 분위기는 스산하게 흘러간다. 와이파이도 없고 전화 수신도 불안정한 이 마을에선 정전이 일상이고, 혼수상태의 환자는 좀비로 변해 달려든다. 섬에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하자 초자연적 존재는 더욱 들끓는다. 피에로와 부기맨의 모습을 한 살인마부터 사람을 홀리는 바다 마녀, 악마와의 계약으로 죽지 않는 몸이 된 섬의 개척자까지. 슬래셔와 코즈믹, 포크 등 거의 모든 호러 장르의 클리셰를 진부하지 않게 요리한다.
동시에 피식 웃게 되는 직장 코미디 요소도 갖추고 있다. 톰은 시장으로서 위엄을 지키고 싶어 하지만 참모진은 죄다 괴짜 같고, 계획은 늘 마음먹은 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허를 찌르는 슬랩스틱이나 말장난보다 눈에 띄는 건 입체적인 주변 인물이다. 대표적으로 톰의 보좌관 퍼트리샤(케이트 오플린)는 시골 공무원 조직의 유일한 ‘유능 캐릭터’ 같지만, 사실 동창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며 자존감 문제를 겪고 있는 ‘아웃사이더’다. 4회에서 그는 수상한 자기계발서의 지시에 따라 파티를 개최하는데, 외톨이에서 벗어나 마을의 인기인으로 거듭난 듯한 환각에 취한 장면이 애처로우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져 냉소적인 블랙 유머를 선사한다.
애플TV '위도우스 베이의 저주'에서 섬마을 시장 톰(매슈 리스·오른쪽)이 섬의 저주로 수백 년 넘게 죽지 못한 초자연적 존재와 대화하고 있다. 애플TV 제공
총괄 제작자인 케이티 디폴드는 할리우드리포터 인터뷰에서 “무서운 건 무섭게, 유머는 캐릭터에서 나오게 하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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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상황과 설정을 농담이 아닌 최대한 진지하게 다룬 것이 공포와 코미디의 균형을 맞추는 데 가장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배우들의 연기에도 긴박함이 묻어날 뿐, 과장된 우스꽝스러움은 찾아보기 어렵다. 매슈 리스는 뉴욕타임스에 “톰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들이 이 섬에서 번성하고 꽃피우는 것’이고, 그의 모든 행동은 ‘이 섬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마음가짐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며 “그 덕에 판타지적 세계관 속에서도 현실적인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흥행 불붙인 '입소문'의 힘
여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대비 존재감이 미미한 애플TV에서 모처럼 흥행작이 나온 데는 입소문의 역할도 컸다. ‘헬보이’ ‘판의 미로’ 등을 만든 멕시코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랜만에 만난 최고의 스트리밍 시리즈일 뿐 아니라 공포 장르에서 가장 매혹적인 스토리텔링 기법을 보여준 작품 중 하나”라고 극찬하며 불을 붙였다. 세계적인 게임 개발자 고지마 히데오는 “스티븐 킹 팬이라면 분명 좋아할 것”이라며 힘을 실었고, 이에 직접 등판한 스티븐 킹이 “‘위도우스 베이의 저주’도 좋지만 다른 애플TV 시리즈인 ‘도파민 최대 보장’이 더 낫다”는 글을 올려 열띤 토론을 촉발했다.
애플TV '위도우스 베이의 저주'에서 뉴잉글랜드 섬마을의 저주를 파헤치는 주민 위크(스티븐 루트·왼쪽부터)와 시장 톰(매슈 리스), 보좌관 퍼트리샤(케이트 오플린). 애플TV 제공
‘트럼프 시대’를 사는 미국인들에겐 의미심장한 은유로 다가오기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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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황당한 음모론이 새로운 전설이 되고, ‘마녀사냥’이 흔한 구호가 되고, 한때 죽었거나 추방당했기를 바랐던 유령들이 다시 활보하고 있다”며 “’위도우스 베이의 저주’는 많은 사람이 지금 느끼는 복잡한 감정과 그 표현 방식을 포착한다”고 지적했다. 처음엔 섬의 저주를 애써 외면했지만 .。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아가는 톰처럼 더 이상 모르는 척할 수 없는 상황이 왔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는 해석이다.
뚜렷한 산업 기반이 없는 작은 섬마을의 소멸 위기는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공포다. 후반부에선 윤리적 질문도 던진다. 누군가를 죽여야 섬의 저주를 멈출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톰은 시청 직원에게 ‘트롤리 딜레마’에 대해 아냐고 묻는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전차가 그대로 가면 여러 사람을 치게 되는 상황에서 레버를 당겨 1명만 죽게 만들 수 있는지를 묻는 말이다. 직원은 답한다. “질주하는 전차는 인생 그 자체고, 레버는 나예요. 인생에서 일어나는 나쁜 일은 통제할 수 없어요. 하지만 그 레버를 당기는 건 선택이잖아요. 그러면 내가 그 사람을 죽이기로 선택하는 거예요.”
애플TV '위도우스 베이의 저주' 포스터. 애플TV 제공
‘위도우스 베이의 저주’ 제작진은 시즌1 방영 중 후속 제작을 확정하고 최근 이야기 집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첫 시즌은 기획부터 제작까지 거의 20년이 걸렸지만, 시즌2는 20주 안에 극본을 완성해 내년 봄 촬영을 시작하는 게 목표라고 쇼러너 디폴드는 밝혔다. 톰 시장은 혈통에 깃든 섬의 저주를 끊고 아들을, 주민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위도우스 베이의 저주
장르: 호러, 코미디
감독: 히로 무라이 외 3인
각본: 케이티 디폴드
출연: 매슈 리스, 케이트 오플린, 스티븐 루트 등
구성: 10부작
로튼토마토 평론가 지수: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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